본문 바로가기
혼잣말

해줄 수 있는 말과 하고 싶은 말

by decotown56 2025. 4. 18.

#EP 8

 상대방의 말에 머물지 못하는 나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혹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가 있다.

 

그 사람은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고 있었을 뿐인데,

나는 듣고 있는 동안에도
어느새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내 생각에만 꽂혀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아,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지.”
“그럴 수도 있었겠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진짜로 그 사람의 말에 머물지 못하고,
이미 나의 시선으로 옮겨와 있었다.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
오늘도 '이레'(IRE) 대신 해석해드립니다.
감정해석을 좋아하는 이레,
Sentiment Decoder입니다.

침묵하는 나

 

괜찮은 말만 고르는 나 자신을 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골라 하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건 ‘배려’보다는 ‘선택’에 가까웠다.

 

“이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위로만 해줘야겠지.”

“상처받을까 봐, 그건 말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씩 뒤로 밀리고,
어느새
‘괜찮은 말’만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맞춰서 해준 말들로 인해
나에겐 오히려 진심은 사라지고,
가식
만 남을 때가 있다.

 

 진심으로 들어만 준 적이 있었던가..

 

나는 과연 있었을까.
글쎄...자신이 없다.

사실 내가 바랐던 건
그저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말해주기보다는,
그저 그 옆에 조용히 있는 사람.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그건 네가 너무 예민했던 거야."
"다 지나갈 거야."

이런 뻔한 말들을 내뱉는 사이,
나는 어쩌면 조언을 건네려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 사람의 말은
내 조용한 판단 속에 묻혀버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필요로 한 건
조언도, 판단도 아닌
그저 조용히 들어줄 사람이었는데.

알면서도… 못했다.

상대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더 도움 되는 조언이라 믿고 있었던 거다.

 

 ‘말하지 않은 순간’이  잔상이 깊다

 

말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말하지 않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결국
누가 나를 어떻게 들어줬는가로 기억한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해줬는지보다
말 없이 옆에 있어준 시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 눈빛,
그런 것들이
훨씬 더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전에
그 사람 마음에,
지금 말이 정말 필요한 순간인지부터
생각해본다.

말은 잠시 멈추고,
말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는 건…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혼잣말처럼 써 내려간 글,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가 닿기를."
by 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