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이제 죽음의 영역까지 들어왔습니다.
최근 '그리프 테크(Grief Tech)'가 화두입니다.
남겨진 유가족의 슬픔(Grief)을 기술로 치유한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관련 뉴스를 보다가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 사진 한 장, 목소리 10초면 떠난 가족을 생생하게 화면 속에 살려내는 세상.
누군가에게는 기적 같은 위로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놓지 못한 집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서늘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움일까, 아니면 욕심일까”
먼저 떠난 남편의 목소리로 "여보, 밥 챙겨 먹어"라는 안부를 듣고,
결혼식장에 돌아가신 아빠가 화면으로 나타나
축사를 건네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밤,
그 목소리 한 번만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그 절박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그리워하는 건
기계가 흉내 낸 그저 비슷한 소리일까요,
아니면 그 목소리에 담겨있던 따뜻한 체온일까요.
AI가 복원한 부모님은 나에게 듣기 좋은 말, 친절한 말만 해줄 겁니다.
하지만 진짜 우리 부모님은 때로는 잔소리도 하고,
내 걱정에 밤잠 설치며 한숨도 쉬셨던
불완전하지만 뜨거운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목소리를 남기는 것에 대하여
문득, 나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떠난 뒤에, 내 아이들이 AI 엄마와 대화하며 위로받기를 바라는가?'
솔직한 제 마음은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내 아이들이 차가운 화면 속의 엄마를 붙잡고 울기보다는,
따뜻한 햇살 아래서 나를 추억하며 웃기를 바랍니다.
"우리 엄마가 끓여주던 김치찌개 맛있었는데...."
"엄마가 해줬던 그 잔소리가 맞았네."
그렇게 문득문득 떠올리며
그리움이 삶을 살아갈 힘이 되기를 바라지,
나의 빈자리를 기계로 채우며
그 가상 세계에 머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은 추억을 도울 뿐, 대체할 순 없습니다
물론, 작별 인사도 못 하고 갑작스럽게 헤어진 분들에게는
이 기술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소중한 기적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완벽한 저장 장치는
차가운 'AI 서버'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뜨거운 '심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 살아있는 내 진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구순이 넘으신 나의 부모님께도
더 늦기 전에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겠습니다.
나중에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진짜 온기를 남기기 위해서요.

이레( IRE) 생각
이별이 두려워 기술 뒤에 숨기보다
그리움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신의 체온을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훗날 내가 가장 사무치게 그리워할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 얼굴을 떠올린다면, 지금 우리가 망설일 이유는 사라집니다.
감정을 해석한다.
Sentiment Decoder, 이레